강형원의 백두산(白頭山) 탐방이야기

소년한국일보 창간65년 특집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88 올림픽이 열렸던 해에 백두산에 올랐으니 그동안 산과 강이 4번이나 변했다. 1988년에 필자가 처음으로 찾아갔었던 우리 민족의 명산 백두산을 한국사진기자협회 후배 기자들의 연수자로 지난달 6월에 다녀왔다.

한국인의 후손으로서 우리나라 산 중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백두산을 두번째로 다시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은 필자한테는 영광스러운 고생이었고 또한 축복이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형성된 우리나라의 산줄기의 근원은 백두대간이라는 큰 산의 줄기로부터 모든 산맥들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 환경의 생태계의 중심적인 중추신경과 등뼈의 역할의 시작이 백두산이지만, 한반도 남쪽에서 태어나 살고있는 우리에게는 거리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멀리만 있는 백두산 또한 현실이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13살에 미국으로 이민갔던 필자에게는 애국가 노래 가사에서 배웠던 한국문명의 대명사 중에 하나인 백두산 봉우리는 언젠가는 꼭 등정(登頂)해야 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부터 고등학교 때 시작한 보통화 (普通話) 공부의 도움으로 혼자 만주로 여행을 떠났다. 영어로는 mandarin 이라고 불리우는 현대 한족(漢族)의 공통어는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안에 있는 수백가지 각 방언 사이의 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정된 표준발음 언어다. ‘중국어’라는 단어를 한자에서는 안쓴다. 글로 쓰는 언어는 중문(中文) 이고 말하는 언어는 보통화이다.

혼자 열차를 타고 심양(瀋陽)에 도착해서, 조선족 청년의 안내를 받아 통화(通化) 를 거쳐 날이 저물 무렵에 이도백하 (二道白河) 에서 백두산을 올려다 볼 수 있었다.

이도백하는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물줄기 두 개가 합류하는 곳이라는 뜻의 고대적인 명칭을 갖고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흐르는 물은 압록강(鴨綠江)을 통해서 790km 이동해서 서해 바다로 빠지고 , 두만강(頭滿江)을 통해서 521km 흘러 동해 바다에 도착한다. 또한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토문강(土門江) 자락은 송화강(松花江)으로 연결되어 흑룡강(黑龍江)을 거쳐서 아무르 강(Amur River) 으로 총 2,824km 거리를 흘러 타타르 해협을 지나 태평양으로 빠진다.사진설명: 북경에서 심양 - 통화 - 이도백하 - 백두산 정상으로 이틀 걸려서 1988년 8월 백두산 정상을 오른 필자. 필자가 1988년 8월에 오른 백두산 천지의 모습은 신비스러우리 만큼 문명의 흔적이 없는 자연스러운 화산 호수 그대로였다.

2025년 4월 북한의 백두산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으로 지정되었다. 2024년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안에 있는 백두산을 장백산 (長白山)이라는 명칭으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백두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백두산(白頭山) vs. 장백산(長白山) 지명:

조선왕조실록에서 “백두산”이라는 단어는 많이 언급이 된다. 물론 “장백산”이라는 단어도 간혹 나오긴 한다.

대한민국 보물로 지정된 숙종의 국토방위 시책에 의하여 당시 병조판서 이이명이 1706년 제작한 보물 요계관방지도(遼薊關防地圖) 에서는 장백산이 백두대간에 산수갑산 동쪽에 그 지역 산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번 백두산 등정은 필자가 1988년에 방문했던 백두산하고는 근본적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이후 방문했던 장백산은 그야말로 관광객들이 끝도 없이 줄을 잇는 놀이공원 같은 관광지였다. 우리를 안내했던 조선족 관광안내원 말에 의하면 장백산으로 중국 전지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성수기에는 하루 30,000명 이상까지도 방문한다고 한다.

순환버스들이 쉬지 않고 산 밑에서 부터 백두산 정상까지 방문객들을 실어 날랐다. 순환버스를 타기까지는 여권번호와 이름, QR-code로 표기된 입장표를 일일히 확인하는 과정이 꽤나 까다롭고 엄격했다. 백두산 정상의 추운 날씨를 대비해서 방한복과 일회용 신발보호장화를 착용하고 줄서서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까지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한나절을 지나 어렵사리 정상까지 도착했지만, 안타깝게도 백두산 정상에 있는 천지는 볼 수가 없었다.

6월 상순인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 북쪽 언덕 북파(北坡) 정상의 기후는 혹독한 영하의 온도를 품고 온통 차갑고 진한 안개로 덮여 있었다.

백두산을 방문하고도 천지를 볼 수 없는 상황을 관광 안내원은 우스갯소리로 ”백명이 오면 두 사람만 보고 간다고 해서 백두산 이라고 불리운다“ 라고 말하며 실망한 방문객들을 위로 했다.

백두산 지역의 역사:

세종대왕의 32년간 재위기간 동안 여러번 군사를 보내서 영토를 확장했던 백두산 주변과 인근 지역은 부여와 고구려 발해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우리 역사의 한 축을 이루던 여진족(女眞族)들이 주로 살던 지역이다.

역사에서 여진족(女眞族)은 20세기에는 만주족(滿洲族)으로도 기록되었다. 만주의 역사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신라의 후예, 발해유민이 세운 금나라 이 순서로 여진족이 후금을 세워 청나라로 꽃을 피웠다.

"발해의 후손의 왕비족, 신라후예 왕족의 후손" 으로 형성된 금나라 (1115 - 1234)는 황실의 선조가 신라 출신이었고, 국가의 지배층은 발해 유민이었으며, 1636년에 청(淸)나라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심양의 후금(後金)나라였다.

대륙의 한족과 대적해서 청나라(1644-1912)를 세웠던 여진족(女眞族)은 고려사(高麗史)를 보면, 면밀적으로는 고려를 부모의 나라라고 불렀고, 우리 민족과는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언어와, 동일한 문화를 나누었던 형제국으로 여진인과 조선반도의 신라인, 고려인은 민족공동체를 공유했다.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 재위기간(1661 - 1722)에 청나라는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크기로 확장했다.

대만을 1683년에 점령했고, 1689년에는 러시아와 국경을 확정했으며, 1697년에는 신강(新疆 Xīnjiāng)을 원정(遠征)했다.

청나라가 심양에서 북경으로 수도를 옮겨갔을 때,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는 지금의 한반도 휴전선처럼 만주 지역을 비워놓고 타민족들의 이주를 금지시키는 봉금지대(封禁地帶) 로 유지하는 정책을 통해 사람의 출입과 거주를 금지했다.

또한, 조선과 청나라 사이의 국경은 양국이 각자의 국경을 지킨다는 각수봉강(各守封疆) 정책을 지켰다.

청나라가 동북 만주 지역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타민족들이 정착 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청나라 황실이 만주족의 발상지를 신성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비무장 중립지대 간도:

압록강 넘어, 백두산 북쪽 지역을 청나라와 조선의 사이를 섬[島]과 같은 땅이라고 하여 간도(間島)라고 한다.

간도는 압록강과 송화강(松花江)의 상류 지방인 백두산 일대를 서간도라고 부르며, 두만강 북부의 만주 땅을 동간도라고 부른다.간도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살았다. 만주에 사는 조선인이 미간지를 개발하고 정착하면서 분쟁지가 되었다.

청나라와 조선이 상호 존중했던 비무장 중립 지대 봉금지대 (neutral zone) 에 느닷없이 청나라에서 국경을 정하자고 요청해 왔던 때가 있었다.

백두산정계비 (白頭山定界碑):

1712년에 청나라 주도로 백두산 인근 국경을 명확하게 정하는 협상을 통해서 백두산 정상을 오르는 지점에 (북위 41.990253, 동경 128.099495) 국토의 경계선을 명시해 놓은 백두산 정계비를 세웠다.

1712년 세워진 비석에는 ‘대청(大淸)’이라는 두 글자를 머리에 크게 쓰고, 그 아래에 “오라총관 목극등이 황제의 뜻을 받들어 변경을 답사해 이곳에 와서 살펴보니 서쪽은 압록이 되고 동쪽은 토문(土門)이 되므로 분수령 위에 돌에 새겨 기록한다. 강희 51년 5월 15일(烏喇摠管穆克登奉旨査邊至此審視西爲鴨綠東爲土門故於分水嶺上勒石爲記康熙五十一年五月十五日).”라는 사실을 기록하였다.

청나라 관리 목극등은 조선관원들에게 "토문강의 수원이 되는 물길이 중간에 땅속으로 들어가서 경계를 확인할 수 없는 곳에는 여기저기에 돌 또는 흙으로 돈대(墩臺)를 쌓아 아래쪽 강물까지 연결해 범법 월경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해서 청나라와 조선의 국경을 명확하게 정했다.

20세기 초반에 일본이 을사늑약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외교권을 불법으로 박탈해 가면서 대한제국하고 청나라가 국경 논쟁을 해결할 기회는 없어졌다. 그 와중에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백두산 정계비가 사라졌다.

북한에서 원래 백두산 정계비 위치에 표지석을 만들어 놨다. 추가로 만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이 1962년 조중변계조약을 비공개로 중화인민공화국하고 체결했다.

두산 정상의 천지 위를 가로지르는 국경을 정의하는 북한과 중화인민공화국이 합의한 1962년 조중변계조약에서는 토문강, 두만강 그리고 압록강이 각각 다른 강으로 정의되었으며, 백두산이라는 단어가 열여섯번 나오지만, 장백산이라는 단어는 없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또한 1909년 일본과 청나라가 일방적으로 체결한 간도를 청나라 영토로 인정하는 협약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서는 간도지역의 영토는 아직도 역사적으로 미해결 사안이다.

백두산 정상 화산 호수 천지(天地)

사진설명: 6월 12일에 아직도 살얼음으로 덮혀있는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에서 흐르는 물은 압록강(鴨綠江) 통해서 790km 이동해서 서해바다로 빠지고 , 두만강(頭滿江)을 통해서 521km 흘러 동해바다에 도착한다. 또한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토문강(土門江) 자락은 송화강(松花江)으로 연결되어 흑룡강(黑龍江)거쳐서 아무르 강(Amur River) 으로 총 2,824km 거리를 흘러 타타르 해협으로 태평양으로 빠진다.

사진설명: 6월 13일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본 백두산맥과 얼음덮인 천지. 백두산 천지에서 흐르는 물은 압록강(鴨綠江) 통해서 790km 이동해서 서해바다로 빠지고 , 두만강(頭滿江)을 통해서 521km 흘러 동해바다에 도착한다. 또한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토문강(土門江) 자락은 송화강(松花江)으로 연결되어 흑룡강(黑龍江)을 거쳐서 아무르 강(Amur River) 으로 총 2,824km 거리를 흘러 타타르 해협으로 태평양으로 빠진다.

단어 표기 guide:
한자는 정체자(繁體字)를 썼습니다.
한자 표기는 조선족이 쓰는 한글표기를 썼습니다.
중국은 지역이름이기에 국가이름인 중화인민공화국을 썼습니다.

백두산
白頭山

장백산
長白山

천지
天地

등정
登頂

북파
北坡

서파
西坡

보통화
普通話

압록강
鴨綠江

두만강
頭滿江

토문강
土門江

송화강
松花江

흑룡강
黑龍江

심양
瀋陽

돈대
墩臺

한족
漢族

중화인민공화국
中華人民共和國

습근평
習近平
Xí Jìnpíng

요계관방지도
遼薊關防地圖

아무르 강
Amur River

상문강
上門江

혼동강
混同江

어면강
魚面江

삼수
三水

갑산
甲山

벽지
僻地

못
潭

백두산정계비
白頭山定界碑

원정
遠征

봉금지대
封禁地帶

각수봉강
各守封疆

-30-